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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영화 <에에올> 아카데미 7관왕!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 <에에올> 남우 조연상 키 호이 콴 (인디아나 존스의 그 꼬마였다니!)

3. "헐!" 병맛과 똘끼로 철학까지 빚은 감동!  상상 초월 감동 비빔밥

4. 이제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1. 영화 <에에올> 아카데미 7관왕을 수상하다!

영화 <에에올>(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은 2023년 아카데미 7개 부문에서 오스카 상을 수상하였다.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감독상을 비롯하여 작품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남자조연상, 여자조연상, 편집상을 휩쓸었고 그 면면을 살펴보면 아카데미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할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감독상을 수상한 다이엘스(다이엘 콴, 다이엘 쉐이너트)는 젊은 신인 감독들임에도 불구하고 거장 감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을 세웠고, 양자경은 61세의 나이로 아시아계 최초의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키호이콴은 아시아계로 2번째이며 38년 만에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여우조연상을 64세의 나이에 수상한 제이미 리 커티스도 영화사적으로 기록될 프로필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내용 또한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구성과 기발함으로 놀라움을 주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냥 정신없이 복잡하게 구성된 흔한 가족 스토리가 아닐까 했는데, 영화를 직접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의 연속이었다. 웃기는 병맛 유머로 깔깔대게 하고 황당한 똘끼로 기가 차게 하는가 하면 어느덧 깊은 감동과 위로를 전달해 주는 영화였다. 일단 너무 재미있다. 누구에게라도 강력 추천하고 싶었다. 근래 보았던 영화 중에 가장 혁신적이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2. <에에올> 남우 조연상 키 호이 콴 (인디아니 존스의 그 꼬마였다니!)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다. <에에올> 남우 조연상을 수상한 키 호이 콴! 정말 까마득한 기억 속의 바로 그 꼬마!

'인디아니 존스'에서 해리슨 포드 아저씨와 활약하던 그 귀엽고 민첩하고 똘똘했던 동양 소년이 남편 역 에이먼드 왕을 연기한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어드벤처 영화 '인디아나 존스'는 그때 그 시절 우리 어린이들에게 너무나 재미있는 모험과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동양인 아역 배우가 드물었던 시절에 그 멋진 모험 속에 주연으로 독보적인 매력을 보여줬던 소년이 키 호이 콴이었다. 스필버그 감독은 베트남 난민 출신이었던 소년의 재능을 알아보고 영화 <구디스>에서도 주연을 맡겼었다.

이렇게 재능 있고 매력적인 소년은 성장하면서 동양인이기에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배역을 맡을 기회를 얻기 힘들었다. 결국 배우보다는 무슬 연기 지도자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번에 <에에올>에 출연하며 단번에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어린 시절 인디애나 존스에서 함께 연기한 해리슨 포드 아저씨와 깡충깡충 기뻐하는 모습은 참 뭉클했다. 여담으로 스필버그 감독은 지금까지도 그에게 선물을 보내오고 있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 좋아했던 친구를 만난 듯 나도 참 반가웠다. 세월이 흘러 중년의 나이에 아카데미 수상을 하며 한 첫마디는 "엄마! 나 오스카 상 탔어!"였다. 그 첫마디를 시작으로  난민 캠프에 있던 자신에게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한 수상 소감을 말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여우 주연상을 받은 양자경과 여우 조연상을 받은 제이미 리 커티스에 대해서도 엄청 수다를 떨고 싶은데 너무 길어질까 봐 아쉽게 생각한다.

 

3. "헐!" 병맛과 똘끼로 철학까지 빚은 감동! 상상 초월 감동 비빔밥

 영화 <에에올>의 병맛 웃음과 똘끼는 "헐!"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기상천외하다. 그러면서도 깊은 철학과 감동을 비벼낸 비빔밥 같은 영화이다.

<에에올>은 SF영화로서  세계관은 멀티버스라는 다중우주에 많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여러 개의 자아가 존재한다는 설정이다.  세계관이 다중 우주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시공간과 장르를 종횡무진 오가며 마음껏 뒤섞는다. 그런데도 개연성이 흐트러지지 않고 깊이 있는 철학과 감동까지 전달한다.

정말 혀를 내두를 창의성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감독 중 한 명인 다니엘 콴은 성인 ADHD였기에 집중력 치료를 하며 고생을 했는데 이 치료의 경험이 각본에 반영되었다고 한다. 우리들이 문제라고 하는 증세가 오히려 남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영화에는 굉장히 많은 패러디들이 섞여 있는데, 성룡, 주성치의 무술 영화,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명장면, 우디 알렌이나 미셀 공드리와 같은 환상코드, 내셔날지오그래피 다큐멘터리 장면, 영화 라따뚜이의 너구리 캐릭터, 기타 등등 정말 왕창 버무려 놓았다. 이러면 엄청 산만할 것 같은데 절대 산만하지 않은 신묘한 영화이다.

 

4. 이제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이 영화는 정말 리뷰 거리가 많은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AI, 챗GPT, 메타버스 등등  급격한 변화의 시대 속에서 평범한 삶은 더욱 복잡하고 바쁘고 정신없는 생활로 내몰리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수많은 다중 우주 속에 여러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그중  진짜 주인공인 에블린은 가장 평범하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최악의 에블린'이라고 한다. 국세청의 조사를 받으며 영세한 세탁소를 꾸려나가고 엄마, 아내, 딸 노릇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어쩌면 이런 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이 아닐까? 철없는 남편은 이혼서류를 내밀고 딸은 반항하고 국세청 직원은 파산으로 내몬다. 또한 다른 우주 속에서 그녀의 딸 조이(스테파니 수)는 너무 많은 기대에 부응하는 성공적인 삶을 살면서 허무의 세계를 만드는 절대악이 된다.  성공을 강요받고 기대를 짊어져야 하는 부담,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다중우주처럼 얽혀있는 일상들. 그 속에서 인간의 기능적 가치는 점점 허망해져 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을 은유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모든 허무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고의 주문은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그 어떤 생을 살아도 나는 저를 구할 거야"라는 대사는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그리고 21세기 인공지능의 시대에 이 영화가 주는 의미도 크다고 생각한다.

어떤 AI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다. AI는 창의성을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정말로 기발한 창의성은 창조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바로 이 점이 이 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받은 의미가 아닐까 한다. 인간의 가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기에.